m국 선교편지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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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국
  • 2016.10.06 22:12
안녕하세요?
저는 미얀마 이동현 선교사 아내 이선영 선교사입니다.
2001년에 파송을 받았지만 제가 기도편지를 쓰는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저희를 기도와 사랑으로 후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미얀마에 싸이클론(나르기스)이 찾아오던 날의 기억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동현 선교사는 그 때 중국 코스타 집회와 한국 일정이 겹쳐 미얀마에 없었기 때문에 제가 펜을 들어보았습니다.
일기처럼 적어보았는데 끝까지 읽어봐주시고 인도하심을 따라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2008년 5월 2일이다.
오전 10시부터 흘라잉따야 주일학교 교사들과 집에서 자체 강습회를 하기로 한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여느 때 같으면 우기가 5월 말부터 시작인데 올 해는 4월 말부터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많다.
아침부터 집을 치우고 아이들 학교 배웅을 나갔다. 학교 근처에 다다랐을 때 학교에 갔던 차들이 돌아오며 오늘은 수업이 없다고 한다. 양곤에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고....
아이들 학교에 보내놓고 여유롭게 강습회가 진행되기를 기대했던 나는 좀 실망스러웠다.
 
저녁이 되었다. 아이들과 베란다에 나가 태풍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았다. 바람이 좀 세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그냥 이 정도로 이 밤이 지나가리란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1시 쯤 되었을까? 거센 바람소리에 잠이 깨었다.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고 놀란 마음에 우선 촛불을 켰다. 아이들은 다행히 자고 있었다. 커튼 뒤로 집 앞의 나무가 사정없이 휘둘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밖에선 "쨍그렁!" 무엇가 깨지는 소리, 드럼통 굴러다니는 소리가 났다. 바람이 지붕을 떼어내려 이리저리 들썩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방문이 자꾸만 저절로 열렸다. 화장실에 있는 작은 창문 사이로 들어온 바람때문인 것 같았다.
머릿속이 여러생각으로 복잡했다. '우리집처럼 튼튼한 집이 이정도면 대나무로 만든 현지인들 집은 어찌되는 걸까?...'
벽에서 물리 흘렀다. 아이들을 옮기고 이부자리를 옮기고 침대도 장농도 다 옮겼다. 수건을 꺼내 쉴새없이 물을 짜내었다.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다. 여전히 바람은 세차게 불었지만 해가 떴고 사물을 분간 할 수 있게되어 안심이 되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망고나무가 쓰러졌고 망고가 떨어졌다. 이 와중에 현지인들이 큰 소쿠리를 들고 망고를 주우러 다니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새벽에 동방의 정원이라 불리던 양곤에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뿌리째 뽑히었다. 지붕이 날라가고 집들이 무너졌다. 길 가의 전신주가 나무와 함께 땅위에 쓰러져 차도를 가로막고 있었다. 전기가 귀한 나라에 전기구경은 더 힘들어 졌다. 대형마트는 전기문제와 폭동을 우려해 며칠간 문을 열지 않았다. 며칠 후 문을 열었을 때도 작은 문 하나만 열어 그 문으로 다니게 했다.
순식간에 조리하기 쉬운 라면 값이 뛰었고 그 흔하던 양초가 동이 났다. 배급제로 사흘에 한 번 6갈론 넣어주던 자동차 기름도 몇 시간씩 줄을 서도 2갈론 밖에 주지 않았다. 제일 불편한 것은 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상수도가 끊기고 지하수를 퍼올려야 하는 우리 집 같은 집은 전기가 없어 물을 끌어올릴 수도 없었다. 폭풍 후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남학생들은 옷 입은 채 비누칠하며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로 샤워와 빨래를 동시에 하는 기쁨을 누렸다. 나는 아이들과 바가지까지 마당에 내놓고 물이 차기를 기다렸지만 금새 먹구름이 지나가며 비도 그쳤다. 그 뒤로 지붕에서 떨어지는 물을 보면 그냥 흘려보내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한 뉴스가 없는 미얀마인들은 라디오 방송을 많이 신뢰하고 귀를 기울인다. 영국과 미국에 나가있는 미얀마인들이 이곳에 소식통을 심어놓고 정보를 모아 적나라한 전파를 보내고 있다.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자자하다.
5월은 원래 전 국민이 투표를 하는 날이다. 법률 개정안을 놓고  찬반을 가르는 것인데 말은 비밀투표나 투표용지마다 일련번호가 있어 누가 반대를 했는지 알 수 있어 여러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반대표를 던질 수 없다고 한다. 군부독재라는 정치구조를 유지하지위해 애쓰는 노력이 눈물겹다.
 
남편 이동현 선교사와 통화가 되지 않아 답답했다. 걱정 많이 하고 있을텐데....호텔로 찾아가 국제전화를 할 수 있냐고 물었지만 안된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고서야 겨우 통화가 되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가족과 통화가 안돼 애를 무척 태우다가 통화된 날 엄청 울었다고 한다.
 
양곤에서 서남쪽 지역의 해안가 마을 라뽀따와 보걸리가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태풍이 양곤에 상륙하기 전 그 두배 이상의 위력으로 해안가 마을을 덮쳤다. 해일로 인해 집보다 더 높은 바닷물이 마을을 덥쳤다니...그 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부모들은 아이들을 야자나무 위에 묶어 바람과 물로부터 지키려했지만 그 나무가 쓰러지는 바람에 아이들은 생명을 잃고 말았다. 어떤 아이는 자기 눈 앞에서 엄마, 아빠, 누나, 형이 떠내려 가는 모습을 보고 난 후 제정신이 아니라고 한다. 입에서 입으로 안타까운 사연들이 양곤까지 흘러들어온다.
 
그 후 이동현 선교사는 일정을 앞당겨 들어왔고 한국교회에서 많은 구호와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다. 너무 감사한 이야기들과 긴급구호의 긴박한 상황들은 이동현 선교사가 훨씬 더 생생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다음 글은 그에게 넘긴다.
 
5월 12일 월요일...미얀마선교사회가 두레교회에서 있었다. 전화가 불통이었지만 여느 때보다 많은 선교사님들이 참석하셨다.
기도회가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서 미얀마를 위한 통곡이 터져나왔다. 나 자신도 이렇게 울어본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하나님의 아파하심을 느꼈다. 하나님 앞에서 흘리는 진실한 눈물로 이 땅의 우상들과 모든 악습들, 저들의 고통과 번뇌와 아픔이 씻겨져 나갈 것을 확신한다
 
*이상은 제가 느낀 사실들입니다.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더 구체적인 기도의 제목들은 이동현 선교사가 여러분들께 전해드릴 것입니다. 늘 평안하시고 주 안에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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